오랜만에 라디오 PD로 돌아간다.

TBS eFM(수도권 101.3 Mhz) 오후 2시~4시 프로그램 담당이다. 

 

편성, 운영 담당 PD로 1년 넘게 일하다 제작으로 돌아가니 너무 어색하다.

이 어색함 때문에 개편 일자가 일주일 남은 상황에도 머릿속 정리가 안된다.

제일 큰 문제는 무얼 만들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영어 라디오 2시 프로그램이라니 참 애매한 채널, 매체 그리고 시간대이다. 

 

우선 영어 라디오는 기본 청취층이 매우 얇다. 

한국인 모두가 배우는 외국어이지만 모두 이해하는 언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 듣기에는 내용이 유치하게 들릴 수 있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매체라고 하기엔 청취자 수가 너무나 적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21세기에 라디오를 진득하게 듣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특히 한국 주 유입 연령인 20-30대 외국인에게는 라디오보단 인터넷이 더욱 가깝다. 

 

오후 2시 시간대는 더욱 치명적이다.

오후 2시에 여유롭게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물론 프리랜서라면 다음 일을 위해 운전을 하며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희박하다.

 

그렇기에 주된 청취자는 영어를 가까이하고 싶은 한국인 청취자가 될 것이다. 

특히 오후 3-4시 사이 하굣길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한다.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교육적인 콘텐츠에 관심 있을만한

과학, 역사, 경제 등 전문분야를 가볍게 다루고, 이를 통해 영어 표현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오늘 해당 계획서는 팀장에게 퇴짜를 맞았다. 

우리 라디오 채널에서 왜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할지 당위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게 말이다. 왜 필요할까. 딱 일주일 남았는데 길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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