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매일 프로그램을 찍어낸다.

 

찍어낸다는 표현이 어찌 이상할 수 있다. 

정말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내듯, 틀에서 직조해내듯 

콘텐츠를 매일 뽑아내고 있다.

 

매일 PD, 작가, 진행자, 게스트 1명 

4명의 인원으로 하루 콘텐츠를 뽑아내야 한다.

PD는 주로 선곡, 주제 설정, 대본 수정 작업, 퀴즈 제작, 기타 소통 작업을 

작가는 대본 작성, 콘텐츠 아이템 관리, SNS, 게스트 관리, (우리 프로에서는) 매일 출연을

진행자는 프로그램 진행, 대본 수정, 청취자 메세지 관리, 방송 시간 체크를

게스트는 출연, 개인 대본 작성을 맡고 있다.

 

서로 서로를 버팀목으로 삼아 1인 다역을 수행하고 있다.

하루 생산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콘텐츠 아이템은 작게 보면 5-7개 아이템이 들어가지만 

4인이 모두 생산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결국 아이템은 가볍게 소비되고 깊은 인사이트를 주지 못한다.

매일 같이 이루어지는 피드백 회의에서는 더욱 깊은 내용을 다루자고 서로 다짐해보지만, 

결국은 힘이 부치곤 한다.

 

1인 미디어에서는 혼자서도 다하는데 방송국에서는 왜 안 되냐 물을 수도 있다.

콘텐츠에 대한 기대값 자체가 다르다고 하면 또 다른 핑계일까.

매일 다른 소재, 다른 아이템을 다루기에 진득히 한 분야에 전념하고 쏟아내기 어렵다.

가끔은 주 1회 방송으로 바꾸면 어떨까한다.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렇게 한번 라디오 PD의 한탄을 늘어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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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LY RADIO] D-7  (0) 2022.02.14

오랜만에 라디오 PD로 돌아간다.

TBS eFM(수도권 101.3 Mhz) 오후 2시~4시 프로그램 담당이다. 

 

편성, 운영 담당 PD로 1년 넘게 일하다 제작으로 돌아가니 너무 어색하다.

이 어색함 때문에 개편 일자가 일주일 남은 상황에도 머릿속 정리가 안된다.

제일 큰 문제는 무얼 만들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영어 라디오 2시 프로그램이라니 참 애매한 채널, 매체 그리고 시간대이다. 

 

우선 영어 라디오는 기본 청취층이 매우 얇다. 

한국인 모두가 배우는 외국어이지만 모두 이해하는 언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 듣기에는 내용이 유치하게 들릴 수 있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매체라고 하기엔 청취자 수가 너무나 적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21세기에 라디오를 진득하게 듣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특히 한국 주 유입 연령인 20-30대 외국인에게는 라디오보단 인터넷이 더욱 가깝다. 

 

오후 2시 시간대는 더욱 치명적이다.

오후 2시에 여유롭게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물론 프리랜서라면 다음 일을 위해 운전을 하며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희박하다.

 

그렇기에 주된 청취자는 영어를 가까이하고 싶은 한국인 청취자가 될 것이다. 

특히 오후 3-4시 사이 하굣길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한다.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교육적인 콘텐츠에 관심 있을만한

과학, 역사, 경제 등 전문분야를 가볍게 다루고, 이를 통해 영어 표현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오늘 해당 계획서는 팀장에게 퇴짜를 맞았다. 

우리 라디오 채널에서 왜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할지 당위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게 말이다. 왜 필요할까. 딱 일주일 남았는데 길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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